나는 흔히 말하는 벤치마킹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벤치마킹이란 이미 누군가 가본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나에게 더 흥미있는 일은 세상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는 것이다. 나는 창의 습관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간다. 오래전 동양매직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 디자인을 의뢰받았을 때의 일이다. 나는 ‘왜 가스레인지는 네모나야 할까?’라는 엉뚱한 고민에 빠졌다.
가스레인지가 네모나다는 것을 문제 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그런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조차 흔치 않았다. 그냥 이전보다 더 예쁜 네모난 가스레인지 디자인을 해주면 그만이겠지만 나는 왠지 네모난 가스레인지가 틀에 박힌 것 같아 싫었다. 문제는 네모난 것을 대체할 뾰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탁에 바닷가재가 올라왔다. 빨갛고 길쭉한 몸통에 오므렸다 폈다 할 수 있는 집게발…. 순간 내 머릿속에는 새로운 스케치가 그려졌다. 요리가 끝난 뒤 다리를 접을 수 있다면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여 유통비용이 감소될 터였다. 특히 해외로 수출하게 될 경우, 엄청난 운송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었다. 일단 개념이 잡히자 아이디어가 술술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디자인 발표가 있던 날, 나는 만약을 위해 모델을 두 개 더 만들어 변화가 적은 것부터 차례로 선보였다. 사각형에서 모서리를 라운드로 변형시킨 디자인이 나오자 다들 훌륭하다며 맘에 들어하는 분위기였다. 두 번째 디자인을 내보였다. 이번에는 가스통 부분을 제외하곤 전체가 원형이었다. “그 또한 마음에 든다.”, “세련된 느낌이 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로 바닷가재 모양의 가스레인지를 선보이자 좌중이 술렁였다. 일제히 시선이 집중되며‘저건 도대체 뭐지?’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가스레인지의 다리를 접었다 펴는 시연을 해 보이자 박수가 쏟아졌다. 그 일을 두고 동양매직의 이영서 사장은 “그의 디자인은 윤복희의 미니스커트처럼 참신하고 새로웠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내가 발표에서 제안한 세 가지 디자인은 모두 동양매직에서 상품화되어 디자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중에서도 바닷가재를 모티프로 한 가스레인지는1993년 예술인들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IDEA상을 수상했다.
‘디자인은 단순히 멋진 외관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이념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돌이켜보면 가스레인지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면에서 머리가 아팠다. 네모난 모양은 싫은데 딱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뒤에도 너무 파격적인 디자인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염려해 또 다른 시안까지 준비하는 등 시간도 노력도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그렇게 골머리를 앓으며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동안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중력이 극대화되었다.
실제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절실한 순간 나는 평소보다 더 용감해지고, 영감 또한 반짝이는 것을 자주 경험하곤 한다. 듣자하니 다른 분야의 작가 중에도 뇌수를 첨예하게 곤두세우기 위해 자신을 벼랑 끝에 세우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디자이너도,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도 창의력 에너지를 충전하려면 대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절실하게 원할 때 세상의 에너지가 내게로 집중되고 섬광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불을 켜는 것이다.
어떤 프로젝트에 열중해서 남다른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퍼플피플의 기질이 있는 것이다. 창의력은 자율적인 열정에서 나온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은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상상이란 마음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다.
드림웍스 설립자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는 “꿈을 낮에 꾼다”라고 말했다. 꿈꾸는 일이 직업이라는 그는 미래형 인재인 ‘이매지너(상상력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사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매지너Imaginer는 창의 산업의 원동력이다.
어떤 사람의 상상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편하게, 기쁘게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매지닝이고,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매지너다. 이매지너는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스케치북에 그리는 데 만족하지 않고 그 스케치를 상품이나 작품으로 탄생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품고 있다. 스필버그,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티브 잡스처럼 현실에서 창조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구현해나간다. 그들은 밤이 아닌 낮에 꿈을 꾼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꿈꾸는 것이다.
이매지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포착하는 능력이다. 스케치가 안 되면 메모라도 남겨야 한다. 나 역시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스케치를 해서 미국에 있는 직원들에게 보낸다. 그다음에는 전화로 소통하며 실제로 구현할 방법을 찾는다. 이들 중 상당수가 뜻밖의 성과가 되어 돌아오곤 했다. 커다란 반향을 불렀던 두 번 접는 노트북은 커피를 마시며 작업하던 중‘테이블이 너무 좁은데, 이 노트북을 좀 더 작게 만들 수 없을까?’하는 생각에서 끼적인 스케치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이렇다 보니 때로는 냅킨이 스케치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준비 없이 커피 한잔 마시러 나간 순간에도 아이디어는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이든 순간의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그것에 몰입할 줄 아는 힘을 키운다면 당신도 어느 순간 이매지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전자신문 기업성장 지원센터’에서는 100년 기업을 위한 CEO 경영 철학 계승 전략인 ‘스타리치 CEO 기업가정신 플랜’ 및 창업주의 경영 노하우와 철학을 제대로 계승하고 기업의 DNA와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김영세의 기업가정신 콘서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임원퇴직금 중간정산, 가지급금, 명의신탁주식(차명주식), 특허(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부설연구소, 법인 정관, 기업신용평가, 기업인증(벤처기업, ISO, 이노비즈 등),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상속, 증여, 가업승계, 기업가정신 등에 대한 법인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 환급과정인 스마트러닝 및 온라인 교육, 오프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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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세 회장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교육 전문가)
[약력]
現) (주)이노디자인 CEO
前) 조세일보 기업지원센터 교육 전문가
現) 전자신문 기업성장지원센터 교육 전문가
저서 : 세상을 바꾸는 사랆들, 퍼플피플(2016,스타리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