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상속세 및 증여세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최고세율이 50%에 육박한 탓에 자녀가 가업을 잇기 어려운 환경이다. 재계에서는 기업 활동의 영속성을 저해하는 상속세 과세체계를 개편하고, 가업승계 지원제도의 공제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직접적인 세율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승계 전략을 철저하게 계획하고,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속자가 온전하게 가업을 승계받으려면, 기업의 지배구조를 정비하는 동시에 상속재원을 준비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주식관리를 통해 주식이 저평가되는 시점에 사전 증여하는 방법으로 절세와 증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정부의 가업승계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8월 발표된 ‘2022년 세제개편안’에는 가업 승계 시 상속세 및 증여세 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포함됐다. 지금까지의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과세특례제도는 까다로운 요건과 낮은 공제 한도로 중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공제대상과 조세혜택이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과 공제 한도가 확대되는 것이다. 중견기업 매출액 기준이 4천억 원 미만에서 1조 원 미만으로 조정됐다. 공제 한도도 가업 영위 기간 10년 이상 20년 미만 200억 원에서 400억 원으로, 20년 이상 30년 미만 300억 원에서 600억 원으로, 30년 이상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한편, 가업상속공제요건은 완화됐다.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50% 이상(상장법인 30%) 보유에서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40% 이상(상장법인 20%) 보유로 피상속인 지분요건이 완화됐다. 사후관리 기간도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고, 업종·고용·자산 유지 요건도 완화됐다.
업종도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 업종 변경에서 대분류 내 업종 변경으로 완화됐고, 정규직 근로자수도 매년 80% 이상 또는 총급여액 80% 이상인 요건이 삭제됐다. 아울러 7년 통산 정규직 근로자 수 100% 이상 또는 총급여액 100% 이상 요건이 5년 통상 정규직 근로자 수 90% 이상 또는 총급여액 90% 이상으로 완화됐다. 또한 가업용 자산의 20%(5년 이내 10%) 이상 처분금지 요건도 가업용 자산의 40% 이상 처분 금지로 완화됐다.
증여세과세특례제도를 살펴보면, 대상과 한도가 확대됐다. 중견기업 매출액 기준이 4천억 원 미만에서 1조 원 미만으로 확대됐고, 공제 한도가 상향조정 됐다. 증여세 승계받으려면 100억 원 한도로 5억 원 공제 후 10~20% 증여세율을 적용했던 것이 가업영위기간에 따라 최대 1,000억 원 한도로 10억 원 공제 후 10~20% 증여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증여세율도 과세표준 30억 원 이하 10%, 30억 원 초과 20%에서 과세표준 60억 원 이하 10%, 60억 원 초과 20%로 상향 조정됐다.
사전 사후관리 요건도 완화됐다.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50% 이상(상장법인 30%) 보유에서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40% 이상(상장법인 20%) 보유로 증여자의 지분요건이 완화됐다. 사후관리 기간도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고, 업종은 공제 한도를 중분류 내 업종 변경에서 대분류 내 업종 변경으로 완화됐다. 가업 유지기간도 5년 이내 대표이사 취임에서 3년 이내로 조정됐으며, 대표이사직 유지기간도 7년에서 5년으로 조정됐다.
또한, 가업승계 시 상속세 및 증여세 납부를 유예할 수 있는 제도가 신설됐다. 중소기업 가업승계 시 가업상속공제 또는 증여세과세특례제도를 활용하는 대신 가업상속재산 및 증여받은 주식을 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상속세 및 증여세 납부를 유예하는 것이다. 다만 사전·사후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에 이자상당액을 공제 한도를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과세특례제도를 활용해 가업승계를 준비 중이라면, 변경되는 요건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또 승계 과정에서 가장 많이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을 시뮬레이션 해보고, 정부 지원과 공제 혜택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마다 상황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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